[알쓸상잡] 운동선수의 죽음: 임신 중 자간전증(preeclampsia)이란?

BBC NEWS 코리아에 “미 운동선수 임신 중 죽음…자간증에 대한 경각심 제고” 이런 제목의 기사가 떴어요.

미국의 육상 스타였던 토리 보위가 32세 나이에 사망을 했던 일이 올해 5월에 있었는데요. 그와 연관하여 임신 중 자간증, 자간전증에 대한 경각심 제고에 대한 내용이에요.

토리보위의 경기 준비과정
토리 보위(왼쪽에서 두번째)의 생전 모습. [출처-보위채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딴 운동선수가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을 했다면 사고가 아닌 비보의 원인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임신 8개월 차였고 자간증이 사망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납득이 되더라고요.

보건쌤이 되기 전에 산부인과 전문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저로서는 종종 봤었던 진단명이라 낯설지 않지만,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아마도 자간증, 자간전증이라는 말보다는 임신중독증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실 거예요.

이번 글에서는 자간증(eclampsia), 자간전증(preeclampsia)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해요.


1. 자간전증이란?


정상 혈압을 갖고 있던 여성이 임신 20주 이후에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또는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으로 고혈압을 보이면서 단백뇨가 배출되는 경우를 자간전증(전자간증, 임신중독증)이라고 해요. 쉽게 임신 중에 발생하는 단백뇨가 동반된 고혈압성 질환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보통 산모의 약 3 ~ 7%에서 자간전증이 발생한다고 해요. 이때 비만, 다태 임신, 당뇨, 자간전증 가족력 등의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자간전증의 위험성이 더 증가한답니다.

자간전증의 산모가 임신 기간이나 분만 전후에 전신의 경련, 발작이나 의식불명을 일으키는 경우 자간증(발작)이라고 한답니다. 자간증은 자간전증이 심한 산모들 중에 1% 미만에서 발생해요.

자간증은 산모와 태아 모두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질환이에요.


2. 증상


자간전증의 특징은 고혈압, 단백뇨 또는 신장이나 다른 기관의 손상이에요. 그러나 초기에는 단순히 혈압이 오르는 증상으로 나타나 정기 검사에서 혈압 상승 소견 외의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또한 체중 증가 및 부종은 건강한 산모들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라 구분이 어려울 수 있으나,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 또는 갑작스러운 부종(특히 얼굴, 손)은 자간전증의 징후일 수 있어요.

증상을 치료하지 않아 질환이 심해지면 아래와 같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돼요.

  • 심한 두통
  • 시력장애(일시적 시력 상실, 흐릿한 시야 등)
  • 핍뇨
  • 폐부종 (호흡곤란)
  • 상복부 통증
  • 구역 및 구토
  • 간기능 저하
  • 혈소판 감소증
  • 태아발육 지연
  • 뇌졸증(드물게)


산모에게 두통이 새로 생겼는데 아세트아미노펜 두통약으로 해결되지 않거나 반지가 더 이상 손가락에 맞지 않을 정도로 부을 경우에는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쉽게 생각하지 말고 병원에 방문해서 꼭 상담을 받으세요.

또한 증상이 악화되어 경련이 일어날 경우, 경련 전에 두통, 시력장애,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간증(발작)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경련과 함께 뇌출혈이나 혼수상태가 올 수 있고, 경련 중이나 경련 후 자궁수축이 생기기도 하고, 태반 조기 박리 등도 발생할 수 있어요.


3. 치료


가장 원칙적인 치료는 아이를 분만하는 거예요. 따라서 일반적으로 34주 이후에 발견되는 자간전증은 분만을 원칙으로 해요. 분만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간전증의 증상이 점점 나빠진답니다. 34주 이전인 경우에는 태아의 조산 위험성과 고혈압이 진행됨에 따라 발생하는 태아와 산모의 위험성을 서로 고려하여 결정을 해요. 자간전증이 많이 진행된 경우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조산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분만을 해야 해요.

약물치료로는 증상을 조절하는데 경련, 발작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과 혈압을 조절하는 약물로 나뉘어요. 아무 혈압약이나 복용할 경우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므로 반드시 입원해서 전문의와 상의하여 치료를 해야 해요.


4. 합병증


자간전증은 전체 산모 사망원인 중 15%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매년 5만 명의 산모가 자가전증으로 사망한답니다. 또한 태아의 갑작스러운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 태아 성장 지연
    자간전증은 태반으로 혈액을 보내주는 동맥에 영향을 미쳐요. 태반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아기에게 필요한 혈액과 산소, 영양분이 부족할 수 있어요. 이로 인해 태아의 성장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 조산
    치료 자체가 배 속의 아이를 분만하는 것이어서 조산의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는 호흡 및 수유 장애, 시력 또는 청력 문제, 발달 지연 및 뇌성마비의 위험이 증가해요.

  • 태반박리
    자간전증은 태반의 조기 박리의 위험성을 증가시켜요. 갑작스러운 태반박리는 심한 출혈을 일으킬 수 있고, 이는 산모와 아기 모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요.

  • HELLP 증후군
    헬프(HELLP) 증후군은 용혈(적혈구 파괴) Hemolysis(H), 간 기능장애 Elevated Liver enzymes(EL), 혈소판 감소 Low Platelets(LP)의 첫 글자를 따서 나온 용어에요. 이런 합병증을 가진 자간전증은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쳐요. 또한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위협하며 산모에게 평생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이 증후군은 구역과 구토, 두통, 상복부 통증, 몸이 안 좋은 느낌들 같은 증상을 포함하고 있어요. 때로는 고혈압이 감지되기 전에 갑자기 발생하기도 하고 증상 없이 발전할 수도 있어요.

  • 경련
    자간전증의 증상과 함께 발작 또는 혼수상태가 시작되는 것을 자간증이라고 해요. 자간전증이 있는 환자가 자간증으로 발전할 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요. 자간전증의 징후나 증상 없이 자간증이 발생할 수도 있답니다.

  • 기타 장기 손상
    자간전증은 신장, 간, 폐, 심장, 눈에 손상을 줄 수 있고, 뇌졸중 또는 기타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요. 경련을 한 후 약 10% 정도 시각 장애를 호소하지만 예후가 좋아서 분만 후 일주일 내에 회복을 해요. 약 5% 정도에서는 지속적인 혼수상태로 이어지거나 경련을 계속하는 등 의식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요. 또한 일부에서는 뇌출혈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급사할 수 있고, 덜 치명적인 경우에는 반신 마비가 생길 수 있어요. 각 기관의 손상 정도는 자간전증의 중증도에 따라 다르답니다.

  • 심혈관질환
    자간전증이 있으면 향후 심장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요. 자간전증을 두 번 이상 경험했거나 조산을 한 경우 위험도가 훨씬 높아진답니다.


자간전증은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산모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보건쌤 한마디: 분만은 누구나 하는 것처럼 생각해 쉽게 여길 수 있지만, 병원에 있다 보면 생각보다 위험이 높을 때가 많더라고요. 엄마들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아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 했어요. 우리나라는 산전관리가 워낙 잘 되어 있고,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잖아요. 이런 혜택들을 다 누리면서 산전관리를 열심히 하는 것이 모든 임신 합병증을 잘 관리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혹시 임신 중이시라면 시시때때로 몸에 집중을 해보고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느껴지면 병원에 꼭 방문하셔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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